* audio-technica ATH-EW9 *
지금까지 내가 써온 이어폰과 헤드폰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어폰을 보자면 소니의 888, B&O의 A8등이 있고 헤드폰은 Grado의 SR-60, audio-technica의 ES5,ES7등이 있다.
딱히 이렇게 적게 써본 이유를 말하자면, 남들은 단선이 되서 바꾼다지만 저는 단선되서 바꾼 적이 없고, 대체로 지겨워서 바꾼 것이 대부분이다.
888은 제 중고교 시절을 같이하면서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이어폰으로 무려 8년을 사용했고,
A8은 졸업 할 무렵 구입해 지금도 사용 중이기도 할 정도로 내가 사용 중인 또는 사용했던 것들은 수명이 꾀나 길었다.
그러던 중 주위의 지인이 자신의 Grado SR-60을 저에게 들려주면서 저에게도 헤드폰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고, 사실상 아웃도어용으로 어울리지 않던 터라 약 2년 정도 사용하고 선 audio-technica ES5로 갈아타게 되었다.
사실상 밀폐형 타입은 저음이 강한 제품이 많아 이렇다 할 제품을 찾지 못하던 중 audio-technica의 제품들은 나에게 가뭄 속에 단비와 같은 제품이었다. 더더군다나 아웃도어용으로 적합한 사이즈야 말로 최적의 파트너였던 것이다.
그것도 들으면 들을수록 허전해지는 고질적인 매니아들의 병을 하나씩 격기 시작하지만,
음악이란 게 역시 돈없으면 귀마저도 막아야 하는 취미인지라 항상 마음속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 다지기 마련이었다.
ES5가 가진 휴대성 자체는 역시 만족스러웠지만, 작은 유닛에서 들려주는 사운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판단에 다시금 ES7이라는 놈으로 갈아타게 되는데, 이마저도 여름에는 귀 전체를 덮어버리는 하우징자체가 귀를 부담스럽게 했고, 머리위로 짓누르는 그 압박은 장시간동안 음악감상을 하기엔 적절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다가올 여름을 대비해 ES7을 다시 봉인시켜두고, (ES7은 팔지 않고 다음겨울을 기약하기로 했다.) Ear-fit type의 헤드폰을 찾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Ear-fit type은 소니,audio-technica같은 일본 회사들에서나 볼 수 있는데다, 사용해 본 이들이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기 때문에 아웃도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사용기가 많았다. 그렇다고 Back-PhoneType의 헤드폰은 나를 충족시켜줄 제품도 없었고, 목돈을 들여서라도 In-Ear Type의 이어폰을 구매해 보려고도 했지만 머리속을 때리는 강한저음에 생기는 멀미를 참을수 없어 몇번을 되돌아 나오기까지 했다. (저음이 강한 사운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항상 찾은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중고음 위주로 설계된 제품들이었다)
그러던 중 audio-technica의 EW9의 사진을 발견하고서, 몇몇 사이트에 올려진 사용기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간 ABS등의 레진으로만 만들어졌던 하우징이 아닌 나무로 만들어진 하우징은 나에게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시키면서 사용기에 올려진 클래식과 재즈에 적합한 헤드폰이라는 평판이 너무나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audio-technica의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제품컨셉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지금까지의 이어 피트 헤드폰은, 하우징에 수지나 ABS라고 하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아무래도 세련된 스타일에는 맞지 않았습니다.거기서 ATH-EM5와 ATH-EM7는, 「어른도 사용할 수 있는 이어 피트 헤드폰」을 테마로 개발했습니다.
ATH-EW9에서는 하우징에 당사의 고급 기종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훗카이도산 아사다벚꽃을 이용해 이어 피트 시리즈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어느 모델도 캐쥬얼로부터 포멀까지, 다양한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으로 완성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 많은 이들의 사용기에서 말했던 아사다벚꽃을 이용한 하우징이라 따뜻한 음색이 난다는 말과는 거리가 있었다. audio-technica의 제품 컨셉은 단지 외관이 좋아보이기 위해 아사다벚꽃나무를 이용했을 뿐이었다.
(audio-technica의 홈페이지에 단한줄 따뜻한 음색을 위해 썼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직접 사용하기 이전에 내가 가진 생각은 단지 외관뿐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샵에서 이 제품 저 제품 궁금해 하던 제품들을 청음해보면서 EW9에 대항 나의 불신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단지 오픈타입처럼 바깥으로 음이 샌다는 단점 말고는 내가 평소 감상해오던 음악들과 너무나 매칭이 좋았다. EW9을 선택하는 데에는 10분이라는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치찰음이 강하다는 이들도 있으나 단지 자신들이 직접듣는 음악과 매칭이 잘 안될 뿐이라 생각한다.
그렇다 EW9은 소스를 많이 가린다. 것도 여성보컬과 현악기들만을 받아들인다.
마치 나의 음악적 취향과 비슷하다.
Love Psychedelico의 My Last Fight를 듣고 있으면 카랑카랑하게 들려오는 기타소리에 보컬이 너무나 부드럽게 올려진다. 오노 리사의 あの日にかえりたい(Queen's Fellows ~Yuming 30th Anniversary Cover Album~에 수록)에서는 피아노 건반의 튕김과 기타현의 울림을 너무나 아름답게 잡아낸다. Paris March의 5주년 앨범에 수록된 Saturday 어쿠스틱 버전에서는 마치 내가 그 공연장에 있노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부드럽게 퉁퉁튕기는 베이스위에 일렉기타의 소리는 청량하며 맑다.
그럼 Acid Jazz가 아닌 정통 재즈에서는 어떻게 들릴까? 먼저 Silje Nergaard의 How Am I Supposed To See The Stars를 들어보자. Silje Nergaard의 숨소리마저 잡아낼 만큼의 공간감마저 느껴진다. 단지Silje Nergaard의 보컬이 조금 날카로운 느낌은 들지만 뒤로 흐르는 현악과 피아노만큼은 내추럴한 사운드 그대로 재현해낸다. Diana Krall의 How Insensitive에서는 보컬뒤로 흐르는 관악기의 소리마저 너무 따뜻하게 울려퍼진다. Yo-Yo Ma의 Obrigado Brazil에 수록된 O Amor Em Paz역시 보컬의 숨소리마저 잡아낼만큼의 공간감, 귀를 찌를듯한 바이올린 소리, 귀를 간지르는듯한 기타소리속에 마치 녹음현장의 느낌이 상상이 된다. 어디에 어느 악기가 배치되어 있고, 보컬은 어디에서 노래를 부르는지 그런 상상마저도 된다. Madeleine Peyroux의 I'm All Right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보컬과 악기의 소리를 재대로 분리해서 들려주면서도 각 악기가 가진 고유한 음색은 그대로 제현해내고 있다. 도대체 이 조그마한 유닛에서 어느 정도의 공간감을 재현할 수 있는가?
다만 이 헤드폰은 거리에서 듣기에는 조금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겠지만 조용하지 않은 공간에서는 다른 잡소리와 섞이면서 EW9이 가진 고유한 소리들은 밖으로 새어 버린다.
하지만 In-Ear Type과 절대 바꾸고 싶지 않은 이유는 EW9만이 가진 카랑카랑하게 퍼지는 여성보컬들의 목소리속에 따뜻한 울려퍼지는 기타와 베이스의 저음, 맑게 울려퍼지는 피아노의 음색을 재현해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정도의 음색이라면 당분간 한 3~4년간은 이녀석이 수명을 다하지 않는다면 오랜시간을 같이 하지 않을까 싶다. 이 EW9덕분에 그간 듣지 않았던 다른 음반들을 꺼내 들으며 또다른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이 녀석과 최상의 매칭을 보여주는 노래는 과연 어느 노래일까 찾아내는 재미야 말로 요즘같은 야근이 많은 시즌에 최고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
0)
(
0)
TRACKBACK ADDRESS
http://www.dzain.com/tt/trackback/980
TRACKBACK RSS http://www.dzain.com/tt/rss/trackback/980
TRACKBACK ATOM http://www.dzain.com/tt/atom/trackback/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