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기타의 거장 산타나의 2005년 신보 [All That I Am]은 그의 음악이 지난 몇 해간 그래왔듯, 별달리 새로울 것 없는 음반이다. [Supernatural](1999)과 [Shaman](2002)을 통해 이어져온 신구 세대의 통합 작전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출되는 장유유서(長幼有序)적 광경은 팬들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기에 충분하다. 자연스레 음악적으로 귀를 쫑긋 세우게 할 만한 강 펀치는 없지만 대신 산타나는 몇 십년 묵은 관록과 내공으로 그 난관을 어렵지 않게 헤쳐나간다. 지난 두 번의 음반을 통해서도 성공적이었지만 변함 없이 이번에도 성공의 궤도에 쉽사리 연착륙하고 있다.
현재 라디오 전파를 독식하고 있는 첫 싱글 ‘Just Feel Better’가 그에 대한 명확한 증좌다. 에어로스미스의 빅 마우스 보컬 스티븐 타일러(Steven Tyler)와 입을 맞춘 곡에서 산타나는 무난하지만 범상치 않은 그의 음악적 특질을 다시 한번 제대로 시범한다. 코러스에서의 명확한 훅, 산타나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기타 전개, 음과 박 하나하나를 지배하는 스티븐 타일러의 숙련된 가창이 삼합(三合)된 굿 싱글이다.
이 외에 미셸 브랜치와 또 한번 호흡을 고른 해외 차트 히트곡 ‘I’m Feeling You’, 아웃캐스트의 빅 보이와 힙 합 소울의 여왕 메리 제이 블라이지가 참여한 ‘My Man’,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 아이 엠(Will I Am)이 실력을 뽐낸 ‘I Am Somebody’, 소울의 신성 조스 스톤과 댄스 홀의 슈퍼 스타 션 폴이 조력을 아끼지 않은 ‘Cry Baby Cry’ 등이 말해주듯, 그 엄청난 인적 공세에 일단 할말을 잃어버리게 된다.
전체적으로 두 전작과 비교해 전혀 꿀리지 않을 작품이지만 [Supernatural]에서 사랑 받았던 킬링 트랙들, 예를 들면 에버라스트의 ‘Put Your Lights On’이나 프로덕트 G&B 보컬의 ‘Maria Maria’ 같은 곡들을 발견할 수 없다는 상대적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 노장에 대한 철저한 예우를 그 존재 기반으로 삼는 미국 대중 음악 필드의 오랜 전통이 훌륭히 반영되어 있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으며 이를 통해 내년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좋은 결과를 추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음악 베테랑들의 대다수 음반들이 그 수준과는 별개로 자동 폐기 처분되는 이 땅의 척박한 현실을 돌아볼 때, 본 앨범의 의미가 한층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52street 2005년 11월 배순탁